오늘은 어린이 날이다.

이런 날이 오면 또 마음 한쪽이 싸아하게 생각나는 조카들이 있다.

4년 전에 돌아가신 둘째언니네 아이들이다.

나에게는 지우지 못한 메일  여러 통과 태우지 못한 편지들이 애틋한 마음 보자기 안에 보관되어 있다.

돌아가신 언니와 자주 주고받았던 손 글씨로 또박또박 써 내려간  편지들과 메일이다

암 투병 기간에 겪어야만 했던 살얼음 위를 걷는 듯 불안하고 복잡한 심경들이 고스란히 묻어 있어서
언니의
살내가 아직도 느껴지는 편지들이다. 3년간의 길고도 긴 투병 끝에 남겨진 어린조카들이 이젠
제법 컸다.

그래도 고향 행 비행기를 타기만 하면  늘 공항에 마중 나오고 배웅 해주던 언니가 생각나 나도 모르게
스르륵
눈물이 흐르곤 한다. 이젠 잊을 법도 하건만 제주도에 있었으면 엄마대신 이 이모가 그
조카들을 데리고 나들이라도 
갔으련만 하늘에 계신 언니께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잠이 오지 않아 기어코 지우지 못해 보관해둔 메일함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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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주시 해안도로 - 언니와 자주 갔었던 그 바닷가)

제목: 바닷가에 갔다 왔어


하늘같은 바다, 바다 같은 하늘이었다.

하늘엔 우리 정현이가 아무렇게나 북 북 찢어 던진 것 같은

솜뭉치 구름이 둥 둥 떠 있고,

바다엔 우리 정환이가 그림을 그린다고 제법

정성들인 붓놀림 같은 파도가 잔잔히 일렁이고 있는

 그 차이만이 있을 뿐하늘과 바다, 바다와 하늘은 정말 똑같은 색이었다

.'저 애가 안 커야 내가 마음 놓고 자연의 품에 안길 텐데

내가 나오고 싶을 때 아무 때고 아이와 함께 바람 쐬러 나오면 그만인데,

저 애가 커 버리면 누구와 함께 바다 보러 오지?

저 애가 커 버리면 누구와 함께 가을 하늘을 만나지?'

풀밭 위를 매미채 들고 메뚜기 잡기에 온 정신이 팔려 있는

정현일 보며 난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아이와 메뚜기를 잡으려고 풀 섶을 헤치다가우연히 머루를 보았다.

풀 속에 꼭 꼭 숨어서 시꺼멓게 잘 익은 머루였다.

그 머루가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동글동글 잘 익은 것으로 골라 입안에 넣었다.

어금니 위에 씹히는 씨가 시큼ㅡ

입안 가득 침샘을 자극했다.내가 먹는걸 보고 정현이도 흉내 내며 먹었다.

이내 얼굴을 찡그리며 퇴 퇴 뱉어 버렸지만 말이다.

꼴 베러 갔던 아버지가 주렁주렁 잘 익은

머루 줄기를 칭 칭 뭉퉁 그려서 지게에다 지고 오는 날이면

와ㅡ 함성을 지르며 우리 애들이 치킨 먹듯이그렇게 맛있게 먹었었다.

또독또독 씹히는 머루는 시큼한 추억이었다.

우리 애들에게 나눠 줄 만큼 따고 나머지는 풀 속에 다시 꼭 꼭 숨겨 두었다.

바다가 보고 싶을 때 정현이하고 메뚜기 잡으러 가서 정현이 보고는 메뚜기 잡으라고 하고

 난 머루를 따 먹어야지.

그 생각을 하면 입에 침이 가득 고인다.

파아란 가을 하늘이, 그 하늘같은 바다가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참외 잘 받았다.

어때? 재미있지!!!

9月 13日

*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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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를 무척이나 좋아했던지라  성주참외 한 박스를 부친 후 받은 메일이다.

언니는 늘 그랬다. 너무 완벽했다. 위장술도 대단했다.

슬프다고, 아프다고, 살고 싶다고, 억울하다고 소리 한번 지르지 않았고,

형제들 앞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온 몸이 땀범벅이 되도록 휘감는 고통중에서도

안그런척 하는 그런 언니의 모습이  지독히도 싫었었다.

 나 같으면 매일 울부짖었을지도 모를 텐데 언니는  돌아가시면서도 나중에 아이들이 크면

꼭 그 바다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엄마와 함께 이 바닷가에서 메뚜기도 잡고  머루도 따먹었고.

연날리기도 하면서 놀았다고 그렇게 이야기 해달라고 하였다.

걱정 말라고 별 걱정 다한다고 그 당시에는 그렇게 대답하였는데

지금 그 바닷가에는  나 혼자만 찾고 또 찾는다.

학교 끝나고 학원 몇 군데 다녀오면 조카들 귀가 시간은 한밤중이 된다.

그 바다에 가면 보고 싶다고 소릴 지르고 싶다.

그 바다에 가면 어린조카와 뛰놀던 언니의 모습이 보여 기어코 눈물 짜게 만든다.


"헌데 언니 이제 그 바다에 가면 메뚜기도 안보여"

"머루덩쿨은 어딜 갔는지 없드라."

"그래도 난 꼭 언니 만나러 그 바다엘 간다?"

"그런 내맘  언닌 알지?"


착한 동생들이 언니네 아이들의 학부형이 되어 주기도 하고 또 잘 챙겨주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오늘도 여동생 남동생네 아이들까지  재잘재잘 모두 모여 김밥 싸고 나들이 갈 것이라 한다.

그래도 나는  손가락 걸고 약속했던 아이들 걱정은 말라던  언니와의 약속을 지켜주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이모가 외삼촌이 아무리 잘 챙겨준들 엄마만 하겠는가.

언니 미안해  정말  미안해

오늘 어린이날인데 난 아무것도 못해주고 있어

정현이 지영이 데리고 그 바닷가에 가서 언니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은데 말야
흑~

유독 아이들에게 신경써서 잘 챙기던 언니인지라 이런날엔 괜시리 저 하늘위에서도 걱정반 근심반으로

내려다보고 계실것만 같다. 이런 저런 생각들로 밤새 뒤척이다 날이 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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