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 전이었다. 돌아가신 언니의 기일이 다가오는지라 마음이 괜히 울적하고 심란하였다. 몸은 육지에 있는데 마음은 벌써 고향에 있었다, 언니 생각하시면서 며칠 밤을 돌아누워 눈물 훔치고 계셨을 어머니 그리고 그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과묵하신 아버지의 마음은 또 어떠하셨을까 조카들은 잘 있는지 형부와 사돈어른은 잘 계시는지 그러고 보니 형부께 안부를 드린 지도 몇 달은 된 듯하다. 이사 오기 직전에 통화한 게 고작이니..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제산데 이번에도 갈거니?
응 안경해도 가젠 햄수다 (안그래도 가려던 참입니다)
이런 저런 말말 끝에 동생으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학교에 얌전히 등교해야 할 조카가 어느 날 학교에 나타나지 않아 그 학교가 발칵 뒤집어 졌다는 것이다. 엄마의 특별한 지도도 없는 아이가 영재학교까지 다니면서 전교에서 유일하게 올백 맞는 아이라고 학교는 물론 학부형들 사이에서도 칭찬이 대단한 조카인지라 이런 상황이 벌어지리라고는 정말 그 아무도 몰랐었고 우리 가족들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뉴스를 통해서 청소년들의 가출 사건 소식을 들었던 것이 전부인데 그게 우리 가족에게서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언니 돌아가시기 전까지만 해도 종알종알 말이 많았던 이쁜 조카는 갈수록 말수가 적어갔다. 사내조카들은 그래도 씩씩해서 안심이었는데 은근히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고 시기적으로 봐서 지금은 사춘기임이 분명한데
나쁜 아이들에게 시달렸던 것을 몰랐던 것은 아닌지
아니 그렇다고 엄마가 있어 쥐 잡듯이 공부하라고 닦달하는 것도 아니지
도대체 이유가 뭐란 말인가
고민 끝에 동생이 사돈어른을 찾아뵈어 들으니 손을 붙들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드라고 한다.
죄송합니다. 아이들을 잘못 키워서 이런일이..
지 애미를 대신해서 당신이 잘 키웠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사돈들께 죄송하다
는 말씀만 하셨다 한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분도 구순이 넘으셨는데
돌아가신 언니 생각이 너무 많이 나서 한동안 마음이 쓰렸다.
사돈어른 말씀을 들어보면 5학년 때부터 학교 가기 전에 거울 앞에서 30분이나 머릴 만진다는 것이다. 그게 다 커가는 과정이니 크게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된다고 해도 할머니 입장에서는 손녀가 지각할까봐 걱정 된다고 말씀 하신다. 학교에 가지 않던 날 조카는 버스로 40분 거리에 떨어진 언니의 시댁이 있는 시골의 빈 집에 가 있는 것을 본 마을 사람들이 바로 할머니께 전화로 알려주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무엇이 조카를 그리로 항하게 했을까.
나중에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그냥 어디 가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실컷 잠을 자고 싶었다 는 것이다.
그 어린것이 말은 없어도 남에게 지기 싫어 오죽 공부에 시달렸으면 저랬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하늘에 계신 언니가 딸의 이런 모습 보시곤 얼마나 아파하실까..
그리고 우리 형제들을 얼마나 또 원망하실까 하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그래도 안심이 되는 것은 비행청소년들과 엮어져 있다는 낌새는 아직은 없는 듯하지만
그래도 모르니 걱정이 태산이다.
매해마다 가을이 깊어 갈수록 언니의 그리움은 깊어가는데
이런일이 있을줄 정말 몰랐다
형부는 일찍 출근하시면 거의 밤늦게 오시니 자녀들과의 대화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고
집안에는 구순이 넘으신 할머니가 조카들을 돌봐주고 계신다.
그러니 조카들에겐 거의 대화상대가 없는 상태다.
이모나 외삼촌들이 한 주일에 한 번씩 집으로 불러서 다른 조카들과 모두 함께 밥도 해서 먹이고 잠도 같이 재워 주고는 있지만 역시 역부족을 실감한다. 아니 어쩌면 그런 환경마저도 엄마가 없는 조카들에겐 괜한 스트레스를 안겨 주는 건 아닌지
갑자기 생각이 복잡해 졌다.그들을 위한 처사가 혹여 해가 된다면..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럴 땐 정말 어찌 해야 하나요?
저는 이렇게 멀리 객지에 있고 가족들은 이런 상황이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괜히 아는 척 했다가 말수 적은 조카가 더 심각해지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아이를 안 키워본 입장에서 이런 일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갑갑합니다. 지금은 다행이 학교에 잘 나간다고는 하나 여전히 불안합니다.
언니 미안해 정말 미안해. 언니 딸에게 이런 일 있게 해서 흑~~
돌아가실 때 아이들 걱정 말라고 그렇게 이야기 했던 그 약속 지키지 못하는 나
용서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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