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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의 마지막날이다.
어머니께서는 동이 트기도 전
새벽같이 일어나 부엌에서 딸깍거리신다.
오늘은 내가 대구로 올라 가는 날이었다.

1년만에 집에 온 세째딸을 위해 손수 아침상을 차린다는 그 마음을 알기에
나는 미친척 이불속에 그대로 있었다.
평소 같으면 일어나 거들거나 앞치마를 두르고 어머니는 쉬시라고
방으로 등떠밀곤 할텐데....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보니 아버지께서는 벌써 서재에서
인터넷으로 조간뉴스를 탐독하고 계셨다.

이불을 개고, 티비를 켜고 방에 다소 썰렁하여 전기난로를 또 켰다.
이어서 어머니의 아침밥상이 다 차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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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많이 얻어다 삶아서 냉동실에 넣어두셨다는
노물을 꺼내어 심심하게 된장국을 끓이셨고,
시금치나물을 무쳤고, 무생채를 하였고...
이른봄 힘든 몸을 이끌고 손수 꺽어오신 고사리를 푹 삶아
보들보들하게도 나물을 잘 만드셨다.

어머니께서는 나물요리를 무척이나 잘 하신다.그 중에서도
특히 고사리나물은  정말 입에 착착 김기면서도 부드럽다.
고사리나물을 볶을때는 반드시 집간장을 사용해야 한다고 또 가르쳐 주신다.


평생 먹어도 질리지 않는 심심한 제주도식 '노물국" 이다.
노물은 배추따위의 국거리용 채소를 총칭하는 제주도말 이기도 하다.

제주도에서는 콩나물도, 미역도, 무도 모두 이렇게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을 내고
심심하게 된장을 풀어 거의 말갛게 국을 끓인다.





(옥돔구이)                                                (시금치나물)


                                                           




(고사리나물)                                                           (무생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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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돔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다.
육지 사는 분들은 옥돔보다는 조기나 굴비를 더 선호하더라.


그러나.제주도에서는 온리 옥돔구이를 최고로 친다.
날옥돔을 넣은 미역국은 생신상에 없어서는 안될 아주 중요한 국이다.
그리고 귀한 손님이 오실때는 반드시 이 옥돔요리를 내놓아 대접을 한다.

옥돔을 구울때는 기름을 두르지 않고 구워야 맛있다.
옛날에는 장작불 지펴서 그 숯불에서 노릇노릇 구워 먹었지만
세월이 흐르다 보니 그것도 그리 되지는 않는다.

가스렌지에 달린 그릴에 넣어서 굽거나 생선구이용 전문팬에서
기름없이 고슬고슬하게 구워야 제맛이다.
그리고 먹을때는 머리까지 죄다 발라 먹는다 .

요즘은 옥돔도 수입산이 많다 한다.어머니께서는
옥돔을 고를때는 등쪽이 붉은색이 도는 것을 사야 맛있다고 알려주신다.


생선구이는 아버지께서 참 잘해주셨다.
밥상위에 비록 자리젓갈과 시퍼런 퍼대기김치가 다였지만
이렇게 옥돔구이가 올라오는 날에는 정말 진수성찬이나 다름없었다.

이날도 어머니께서는 밥상머리에 앉자마자
"이거 느 좋아허는 옥돔이여 혼저 먹으라"라고 말씀하신다.

1년만에 찾아온 딸을 다시 물밖으로 보내는 어미의 심정이 그 옥돔구이 하나에
고스란히 다 들어 있음을 나는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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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어머니..이렇게 셋이 아침밥을 다 먹고
커피는 내가 탔다.아버지께서 커피를 아주 즐겨 드시는 편이다.

상을 물리고 설겆이를 마치자 그때서야 동녘 하늘이 붉으스름하게 밝아온다.
아차차...우리집에서 일출 한번 담아봐야지 그러면서 카메라를 챙기고
얼른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다.
저 멀리 매오름 위로 붉은해가 봉긋 솟아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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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뒤로 보이는 저기 가세오름은 참 많이도 뛰어놀았던 곳이다.

국민학교 시절에는 소풍장소이기도 했고.
마소를 풀어 놓고 기르던 마을목장이기도 하였다,.

나의 용돈벌이가 있는 곳이라 학교 마치자마자 지네 잡으러 달려갔던 곳이기도 하고
버섯철에는 야생버섯인 '몰똥버섯=갓버섯" 을 따려고 어두컴컴한 새벽에 일어나
구덕 하나씩 들고 오름을 누비고 다녔던 세월이 몇 해 이던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튼실한 팔다리를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헌데..와 이이 연초부터 아프노 말이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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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밥상이 그립다.
오늘 아침은 특히 더 그랬다.

밥맛도 없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싫은데
밥은 먹어야 하겠고.


어머니께서 차려 주셨던 옥돔구이랑 시원한 노물된장국을 먹으면
이 감기몸살이 금방이라도 나을텐데 하고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어머니...
조용히 불러본다.

올해 두 분다 74세
그러나 다른분들 보다 훨씬 나이 들어보이신다.
굽이굴곡 마음 고생 몸 고생이 너무도 심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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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선 제주도로  전화를 걸어서
"어머니 나 많이 아파."
라고 칭얼대고 싶다.

그러나 그러지를 못하겠다.
남의 걱정도 내 걱정인양 하시는 어머니 성격을 알기에
아프면 아프다 말도 못하겠다.

오늘은 쉬는날..늦으막이 일어나
아픈 몸 이끌고 찌개 하나 끓여 먹으면서 눈물이 난다.

아프니 서럽고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고 고향 제주도가 그립다.
어머니께서 차려 주셨던 그날의 그 옥돔구이와 맑은 노물국이 너무 먹고 싶다.


Posted by 비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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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ami5 2011.01.10 19: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리님두 감기몸살루 고생하시는가봅니다..
    우리집두 지금 난리랍니다.
    나두 오늘 병원 갖다왔어요..^^;;
    옥돔 넘 맛나더군요..^^
    바리님님두 얼른 나아야되는디..

  3. Desert Rose 2011.01.10 20: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고 오랜만이지요..저도 요즘 블로그를 살살 하고 있어서 자주 못 들렀네요.
    그랬더니 굉장히 오랜만인듯한 느낌..

    아프신가요??
    얼른 나으세요!!!

  4. 돋움별 2011.01.10 20: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바리님 기운내세요
    많이 아프신가 봐요 몸이 아프면 마음도 기운을 잃는데..
    부모님 생각 나시지요.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더 ...
    어머니 밥상 떠올리시면서 기운차리세요
    ㅜㅜ

  5. 둔필승총 2011.01.10 2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혀, 웰빙 밥상이 부러운면서도 찡하네요.
    어서 완쾌하시고 훌떡 일어나세요.

    글구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6. 쿠네 2011.01.10 21: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바리님 몸상태가 안좋으셨군요 ㅠㅠ 얼른얼른 나으세요..
    몸아플때 어머니생각 많이나죠 ..ㅠㅠ 으으 얼른 얼른
    아픈거 싹가셨으면 좋겠네요 ..

    옥돔은 아직 먹어본적이 없지만 맛있어보이네요 ..

  7. 워크뷰 2011.01.10 22: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옥돔구이 지금 당장 제주로 달려 아니 날아가고 싶네요^^

  8. 에이레네/김광모 2011.01.10 22: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니는 곧 사랑이시군요.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9. 자 운 영 2011.01.11 00: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용 응석좀 부리고 오시지요^^ ㅋ
    그런걸 더 좋아 하는부모님도 계신는걸효 울엄마가 그랬는데..
    귤밭 보다가 옥돔보니 또 침이 꼴각 ㅎㅎ ^ㅎ
    편한 밤 되셔요^

  10. kangdante 2011.01.11 07: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주 옥돔만 있으면
    다른 반찬이 뭐 필요하겠어요?..
    제주 옥돔.. 정말 맛있습니다.. ^.^

  11. 카타리나^^ 2011.01.11 09: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지 저기 제주도 여행사진이 올라오니
    더더욱 제주도가 가고 싶사와요 흑흑

  12. 밋첼™ 2011.01.11 10: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도 다 안나으신거군요? 얼른 털어버리셔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제 경우 자취라는 이름으로 10년을 살면서 가장 서러웠을 때가 아플때.. 였었네요.
    노믈국도.. 옥돔도.. 맛있어보이는데.. 고사리가.. 정말 정말 맛있어보입니다.
    어머님께서 해주시는 음식 드시면 씻은듯 나으실텐데... 라는 생각이 드네요.
    날씨는 풀릴 생각도 없이.. 계속 춥다고 합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얼른 나으셨으면... 합니다.

  13. 소광 2011.01.11 10: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쭈~욱 보다보니 입맛이 살아나 큰일입니다.
    요즘 열심히 운동중인데...

  14. 둥이 아빠 2011.01.11 10: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주도의 바람을 맞고 싶은데.... 제주도에 가본지 언 20년전이네요...

    제주옥돔 맛보고 싶어요

  15. 둥이맘오리 2011.01.11 11: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물 된장국.. 처음 들어본거 같아요...
    그냥 된장국처럼 보이는데... 궁금합니다.. ~~
    건강 유의 하세요~~

  16. 테리우스원 2011.01.11 12: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주도의 옥돔구이는 입맛을 되살리죠
    와우 너무 맛나게 보이는 진수성찬 잘 먹고 갑니다
    오늘도 즐거우시고 승리하시길 기도드립니다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17. yakida 2011.01.11 12: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주도..정말 좋아하는곳이에요..작년에만 3번다녀왔고 올해도 꼭 다시가리라 다짐하는 제주도..
    왕,방,핸...이 세단어를 알고 재밌어하던 첫여행이 생각나고..집에계시는 어머니가 생각나고..아무튼 그러합니다...

  18. Happiness™ 2011.01.11 16: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니의 정성이 가득한 밥상이네요.
    정말 맛있고, 건강에도 좋아 보입니다.

    감기는 많이 나으셨는 지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

  19. 후니훈의모험 2011.01.12 01: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글을 읽는데 비바리님의 감정이 잘 느껴지는거같습니다
    딸을 걱정하실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를 또 걱정하는 딸..
    ㅠ.ㅠ
    뭔가 참 짠해지는거 같습니다 ㅠ.ㅠ
    얼른 나으세요 ㅠ.ㅠ
    그리고 "어머니 나 튼튼해~"라고 전화하시길 바랍니다 ~~

  20. 쭌맘! 2011.01.16 13: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물이 배추과였군요^^ 옥돔은 제가 제주도 신혼여행갔을때 첨 먹어봤던것같아요... 맛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비린맛이 덜했던것같기도 하고^^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상에서 사진찍으시는 비바리님 생각을 하면서 잠시 미소지었네요^^

  21. 함모살 2011.06.09 17: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오름, 가세오름 울 친정동네......
    제주의소리 보다가 내가 좋아하는 음식 즐겨먹는 음식이 있길래 살짝 들어왔다가 완전 반했습니다.
    가세오름은 초등학교때 고정적 소풍장소였거든요.
    몰똥버섯 저도 잘 먹었는데 지금도 먹고 싶어요. 그리워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