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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에  지인께서 영화 한편  보여줄테니 함께 가자고 하셨다.안그래도 그저께 시네마 M에서 "톰크루즈 "주연의 "발키리"를 보고 온 터라 속으로 혹시 그 영화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  대뜸 "무슨영화예?" 라고 되물었다.아주 괜찮은 다큐영화인데 꼭 보았으면 한단다. 다큐멘터리라면 무조건 좋아하는지라 더군다다 다큐영화는 최근에 전혀 접해보지 않았던지라 사뭇 궁금하였다. 영화제목은 ."워낭소리" 란다. 워낭소리? 워낭소리라..어디선가 얼핏 광고를 보았던 기억이 났다. 소와 노인의 이야기라는 것만 알고 대구 동성아트홀로 향했다. 인근에 주차장이 없어서 유료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0분 정도 걸어 들어갔다.비가 오는지라 우산을 챙겨야 했다. 미로같은 영화관 계단을 올라서 들어가 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로비에서 기다리고 계셨는데 연세들이 모두 지긋지긋 하신데 동행인들은 모두 젊었다.이야기들을 들어보니 부자간, 고부간, 아니면 모녀간..이런 커플들이다. 마침 아는 분이 다가오더니 인사를 건네는데 며느리와 함께 왔다면서 인사를 시킨다. 50대 아주머니들끼리 온 팀들도 계셨다. 어떤 아저씨는 광고 보고 꼭 봐야겠다는 생각에서 혼자 오셨다고 한다.사뭇 기대를 하면서  우리는 커피한잔 뽑아들고상영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최원균 할아버니는 80세이시다. 오로지 소를 이용해 농사짓는 천연기념물 같은 농부다.기계를 쓰면  소 꼴을 못먹인다면서 매일 묵묵히 소를 몰고 논으로 나간다.할머니에게는 뭣 하나 안해드리면서 소의 먹이만큼은 고집스럽게도 당신손으로 모두 다 걷어다 먹인다.귀가 잘 안들리고 다리 한쪽이 불편하셨어도 소 풀을 뜯기 위해 매일 무릎으로 기다시피 산을 오른다.소에게 해가될까봐농약을 치지 않는 고잽쟁이시다, 소 또한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할아버지가 고삐를 잡으면 그 어디든 가고 온다.할아버니와 소의 절친함(?) 때문에 할머니는 늘 불만이시다. 16살에 시집와 9남매를 키웠다.
입만 열면 "에구 내팔자야~~" 농약쳐~~저 소가 죽돈동..영감이 죽돈동 그래야 내 팔자가 편치" "소나 나나 주인 잘못 만나서 이고생"이라고 늘상 불평을 늘어놓지만 구수하고도 귀에 익은 카랑카랑한  경상도 입심에 영화관은 자주  웃음바다가 된다.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할머니 말씀으로 인해 많이도 웃었다.영감 죽으면 혼자는 못산다면서 따라 죽어야제..하시는 대목에서는 두 분이 저리 오래 함께 계신다는사실이 은근히 부러웠다. 내가 죽을때 누가 내 옆에 있지? 아니 누구옆에 내가 있을까?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소와의 각별한 우정
소의 나이는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마흔살! 정말 소가 마흔살까지 살 수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만큼 오랜 세월 할아버지와 함께 하였다는 소릴게다.이름도 없다. 최노인과 30년을 동고동락하였다. 어느 해 봄 수의사로부터 소가  1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소릴 듣는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더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교? 라고 되묻는다. 이제 소와의 작별을 준비해야 하는데.....



* 아버지의 모습을 보다
할아버지께서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소와 함께 논갈이를 하고 있는 장면이다. 할머니께서는 저 소가 없었다면 할아버지는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하신다. 한쪽다리는 어릴적에 침을 잘못맞아 그리 되었다고 한다.옆 논은 현대식 기계가 다니면서 획~~획~~갈아 엎으는데 할아버지께서는 오로지 소를 이용한다.밭갈이 장면에서 난 우리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아버지께서도 몇십년을 소를 몰고 쟁기를 동여매고 밭을 갈으셨다.겨울농사도 가능한 따뜻한 제주도 였기에 비가 오면 쉴까..쉬는날은 거의 없없다. 소먹이러 다니고 소에게 꼴을 가져다 주는 역할도 곧잘 했었기에 이 영화는 장면장면마다 고갤 끄덕이게 만들고 유년의 추억들을 슬금슬금 들춰낸다

소에게 먹일 꼴을 잔뜩 지고  논두렁을  걸어오신다. 우직한 소는 할아버지를 쳐다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소도 노쇠하고 할아버지도 아프다
 할아버지께서 많이 아프셨다. 힘든 걸음으로 시내를 향하는 우직한 소는 이번에는 들로 논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를 태우고 병원으로 간다. 현대식 차들이 주차한 곳에 할아버지의 소와 달구지가 나란히 서 있는 풍경은 참으로 묘했다. 일을 줄이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의사선생님은 충고를 하신다.


*정겨운 부부애, 가족애를 느끼다.
이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소의 모습이 평생을 농사와 소를 위해 헌신하는 할아버지의 모습과 어쩜 저리도 닮을까.갈라진 발틈 사이까지 닮아있다. 지친 걸음도 닮았다. 소의 걸음이 하도 느려터져 또 할머니께서는 카랑한 목소리로 궁시렁 거린다. 이대 할아버지가 버럭 소릴 지른다."내려~~!"할머니는 이 말씀 한마디에 바로 내려서는 달구지를 뒤에서 민다. 소만 바라보고 소만 챙기는 할아버지에게 끊임없이 불평을 토로하지만 왠지 정겨워보인다.

*소달구지는 할아버지의 안락한 자가용
한번은 할아버지께서 장날  봉화 읍내에 볼일 보러 가셨다가 술에 취해 집으로 가는 달구지 안에서 그만 깜박 잠이 드셨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글쎄 집이었다. 소가  알아서 5km 나 되는 거리를 차도 피하고 안전하게 할아버지를 집까지 모신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자식보다 나은소라고 말씀들을 하시면 소가 죽으면 장사 지내 준다고 호언장담을 한다. 내 고향에서는 소가 이끄는 달구지가 아니라 말이 끄는 말마차 (바래기) 였다. 어릴적에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필자도 어릴적엔 밭으로 가고 올때, 짐을 실어나를때 , 무거운 곡식들을 운반하고.심지어 학교 등교할때도 마차를 타고 다녔었다.우리들의 자가용이었다. 경운기가 등장하면서 마차는 하나 둘 사라지고
지금은 박물관에나 가면 볼  수 있을  사라져 버린 애잔한 운송수단이었다.

* 500만원은 30년 동행의 값
사진관에서 할아버지를 향해 "웃어" 라고 던지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생생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풀없이 던지는 말씀들이 영락없이 경상도 시골 할머니의 모습이다. 하지만 왠지 정감이 폭폭 간다.평소엔 그렇게궁시렁 대면서도 늘 할아버지에게 지고 마는 애부(愛夫)가시다.하지만 소와의 질긴 인연은 곧 이별이란 아픔으로 다가왔다.기력이 다한 소를 내다 팔려고 한번은 우시장엘 가셨는데  100만원엔 안판다고 500만원을 고집하시던 분..소와의 30년 우정이 100만원으로 환산하기엔  어림도 없음을 외치신다. 500만원은 그들이 내놓는 소의 가격이 아니라 그것은 바로 당신과 소와의 30년 동행의 값이었으리라.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한 값을 마음으로 책정하셨는지도 모르겠다.

** 소는 가고
결국 다시 소와 함께 집으로 향했고. 우사에서 일어서지도 못하는 소를 향해 "일어서" 를 외쳐보지만 할아버지
 내외가 지켜보는 가운데 30년 동행지기 우직이는 결국 눈을 감고야 말았다.소가 죽으면 장사 지내준다는 호언
장담차럼 30만원을 들여 장례를 치뤘다. 코뚜레와 워낭을 떼어주고 저승 가서는 일 하지 말고 편하게 살라고 봉화 청량사에 가서 불공도 들였다 한다.소가 없는 썰렁한 빈집엔   할아버지의 아픈 신음소리만이 가느다랗게 울려 퍼지고 소의 목에 달렸던 워낭을 손에 들고 소가 묻힌 산소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곧잘 앉아 계신다.봉화 상운면 하눌리 산골마을의 팔순 농부와 마흔살 소와의 우정은  이렇게 막을 내렸지만 영화를 보는내내 뭔지 모를 울컥함과 뭉클함이 솟구친다.

 
** 아낌없이 모든걸 다 주고간 소
소는 마지막까지  할아버지 내외가 따뜻하게 지내라고 땔감을 집뜰 가득  실어다 놓고 갔다.
소는 가고 없는데 산더미처럼 높게  쌓여진 그 땔감들을 보노라니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이 영하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인간을 위해 그 생명 다 하는 날까지 모든것을 주었다.
 



**이충렬감독
영화 "워낭소리"는 이충렬 감독의 첫 극장용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이다.2005년 2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찍었다.밭 주변 야산에 참꽃이 피고 논에 모를 심고, 고추를 따고...그러다가  겨울이 오면 소죽을 끓여 먹이는 장면장면들이 또 다시 떠오른다."워낭"이란마소의 귀에서  턱 밑 부분에 다는 방울 또는 쇠고리를 말한다.제13회 부산 국제영화제 피프 메세나상(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았고.,25일까지 열린 2009년 선댄스영화제 상영작 118편 가운데 다큐멘터리 국제경쟁부문에 포함되었다.
**고향의 내음, 부모님 내음에 흠뻑 취했던 영화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와 30년을  함께한 소 한마리의 이야기가 소리소문 없이 2009년 1월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현대적 세련된 영상은 아니지만 흙내음 , 사람내음, 고향의 내음, 부모님 내음들에  흠뻑 취해 본 시간이었다. "워낭소리"그 진득한 사랑의 울림이 힘들고 지친 우리들 가슴속에 초록논에 물이 돌 듯 훈훈하게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 이번 주말에 우리 무슨 영화를 볼까? 라고 하시는 분들에게 주저없이 "워낭소리"를 추천하는 바이다.단. 단, 이번에는 우리들을 위해 아낌없는 사랑을 주셨던 부모님을 모시고 가보는건 어떨까?
Posted by 비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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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K 2009.01.31 10: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본다 본다하면서 아직도 못 본 다큐인데, 동성아트홀에서 보고 오셨군요. 겨울에는 추위에 떨며 봐야하는 곳이라 저는 CGV에서 볼까 생각중입니다. ^^;

  2. pennpenn 2009.01.31 11: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좋은 영화 를 보셨군요~
    해설도 100점입니다.

  3. 되면한다 2009.01.31 12: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효...이영화 예고편만 보고도 눈물이 주룩주룩 나던걸요..
    지금 요 포스팅보면서도..ㅠㅠ
    꼭 보고는 싶은데 이거 이래서 어디 보기나할까요^^;;;;;

    • 비바리 2009.01.31 13: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할머니 말씀 땜에 영화 상영내내 웃었습니다.
      잔잔한 감동은 숨어 있지만 끝나고 나서
      더욱 쿵클하게 길게 밀려오더군요..

  4. Jorba 2009.01.31 12: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워낭소리.. 정말 보고싶은 영화입니다.
    리뷰도 다른 분의 것들보다 더 감동적으로 와닿네요. ^^

    즐겁고 유쾌한 주말 보내세요~

  5. 백마탄 초인™ 2009.01.31 15: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조흔영화 보고 오셨구료!!

    글 읽으면서 잠깐 울컥 할뻔,,,--;


    감동의 물결이었겟구료!!

    긍데, 발키리는 누구하고 보셨는감??

  6. 무근성 2009.01.31 19: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몽올몽올! 빙세기 웃어보멘 마씸.

  7. 꽃미남 2009.01.31 2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좋은 영화였습니다.
    마음이 너무나 순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억지로 웃기지 않아도 웃음이 났고,
    억지로 눈물을 짜니재 않아도 눈물이 났습니다.

    오랫만에 너무나 좋은 한국영화 였습니다.
    이런 영화가 계속 나오면 좋을텐데요.

  8. 공진수 2009.02.01 00: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 보진 못했지만, 위 장면들 중 땔감을 실어 나르는 달구지 옆에서 나란히 땔감을 지고 가시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니 어르신의 마음을 알것 같습니다. 기회가 되면 꼭 봐야 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9. 『토토』 2009.02.01 15: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볼 예정입니다.
    짜안하게 눈물나는 영화라지요.

  10. MindEater™ 2009.02.02 00: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저희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풍경이네요..
    전 요즘 와이프때문에 문화생활은 꿈도 못꾸고 있습니다..ㅠㅠ
    워낭소리,,꼭 봐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11. 온누리 2009.02.02 06: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꼭 가보아야겠네요
    아무리 시간이 부족해도
    다큐영화라는 점에 눈이 먼저...
    좋은 영화 소개 고맙습니다요^^
    이틀동안 얼마나 뛰었는지 아직도 달이가 팅팅하구만...ㅎ

  12. 광제 2009.02.02 07: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딱 보니...재밌겠습니다..
    혼자만 가서 봐야겠네요...ㅎ
    모시고 갈 부모님이 안계시니.....울컥~~~

    유익한 한 주 되세요..늘 홧팅요^^

  13. 라이너스™ 2009.02.02 10: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게 바로 비바리님이 제게 강추하신
    그영화군요.. 꼭한번 보러가야겠어요.
    주말엔 비바리님 글을 늦게봐서
    이미 발키리를 봐버렸단.ㅎㅎ
    행복한 한주되세요^^

  14. 빛이드는창 2009.02.02 11: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모님과 함께 보면 참 좋겠군요.
    2월의 첫날이네요. 늘 좋은날들 되세요.^^

  15. 눌산 2009.02.02 15: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꼭 보고 싶은 영홥니다.
    미리 본 느낌이 들 만큼 상세한 자료 고맙습니다.

  16. TISTORY 2009.02.04 1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TISTORY입니다.



    티스토리 메인에서 할아버지와 소의 따뜻한 삶이 전하는 영화 '워낭소리'를 주제로 회원님의 글을 소개해드렸습니다. ^^
    혹시 노출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tistoryblog@hanmail.net 메일을 통해 말씀해주세요!

    앞으로도 재미있고 유익한 글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7. 나무공 2009.02.04 12: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만봐도 감동이네요

    • 비바리 2009.02.05 16: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나무공님 아직 안보셨다면
      꼭 보세요.
      헌데 슬픈 뒷소식들이 들려오네요
      봉화 할아버지네 집에 방문객 쇄도로
      몸살이랍니다.
      좀 가만히 조용히 살도록 해주면 안되는 것인지..

  18. mindnote 2009.02.04 13: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봄기운이 완연한데 비바리님 블로그에 오면 봄철느낌이 나겠다 싶어 마음먹고? 찾아왔는데 역시 봄냄새가 납니다. 며칠전에 적벽대전을 보고 왔는데.. 워낭소리가 어떤 영화인지 궁금했는데 오늘 실체?를 알게되네요. 엄마랑 같이 가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싸우고 죽고 난리치는 영화의 홍수속에 있는데 한번 보러가서 마음좀 정화해야 겠어요!!

    • 비바리 2009.02.05 16: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영화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전쟁영화
      아니면 황당 공상영화들이 판치는 와중에
      정말 맑은 영화였어요.
      꼬옥 보세요.,
      그리고 효도 많이 하시고 건강&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