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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시작되면 버릇처럼 들리는 곳이 있다. 바로 가족카페이다.
가족카페에 들러 가족들 소식부터 살피고 내 블로그를 열어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지내는지라 제주도 고향집 소식이
나는 늘 궁금하다.

며칠 조용하던 카페 사진방에 반짝반짝 불이 켜져 있었다.

누군가 입학식 사진을 올렸겠지 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열어 본 순간 
화면 가득 내 눈에 들어오는 사진 한 장 !

그것은 바로 하지정맥이 푸르댕댕 심하게 튀어나와 평생을 고생한
어머니의 두 다리였다.
검푸르게 꼬여서 불쑥불쑥 튀어나온 어머니의
흉칙한 다리!
순간 내 입에서 작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하지정맥이 심하게 튀어나온  수술전 어머니의   다리) 
 
 바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의 다리는 이런 모습이셨다.
이런 다리로 쪼그려 앉아 귤 밭에 풀을 다 뽑고, 아버지와 함께 농약도 치시고
겨울 내내 손이 얼어 터지도록 귤을 따셨다.  과수원에 아무리 풀이 무성해도
제초제는 금물인지라 그 많은 과수 밑의 잡초들을 
아직도 죄다 손으로
뽑으신다. 
어느 날 주말!
여동생과 함께 시골 외할머니 집에 놀러간 3살짜리 조카가 할머니가 밭에서
돌아오자 반가워 쪼르르 달려가더니 양말 벗는 모습을 보고는

 “할머니 다리에 왜 라면이 들어가 있어?”라고 했단다.

어린 조카의 눈에 어머니의 울퉁불퉁 튀어나온 다리가 마치 꼬불꼬불한
라면같아 보였나 보다. 
얼른 대답을 못하고 우물거리는 어머니의 이 모습을
지켜보던 여동생이 급기야 남동생들과 의논하여 
서울행을 결정한 것이다.
카페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난 후 나는 한동안 아무 일도 못했다.
하루 종일 어머니 생각에 정신이 멍했다. 더군다나 나를 낳고 저리 되셨다니
졸지에 나는 중죄인처럼 마음이 오그라들고 그동안 알게 모르게 어머니
마음에 상처 드린 일들에
부끄러워 고갤 들 수가 없었다.
어머니 다리가 나를 낳고 저리 되셨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지도 않았던
터라 정말 몰랐다. 
묵직한 덩어리 하나가 가슴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듯
견딜 수가 없다,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 수도꼭지를 틀어 놓고 펑펑 울고
나서야 정신이 좀  들었다.
지나간 옛날 일들이 영화필름처럼 휙휙 지나갔다.
수술담당 선생님께서 “이런 다리로 어떻게 평생을 사셨습니까” 라고 하는데
옆에서 동생이 부끄러워 쥐구멍으로 숨어들고 싶었었다고 한다.


그동안의 우리들 무관심이 어머니를 더욱 아프게 해드린 것 같아 마음이
괴로워 미칠 것만 같았다.
어머니는 평생 적당한 길이의 치마 한번 입어보지
못하셨다. 
그런 다리가 늘 마음에 걸리셨던 어머니의 치마길이는 항상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월남치마였다.

울 엄마는 바보다! 자식이나 남편에게 아프다는 소리 한번만이라도
하셨더라면 이렇게나 안 밉지. 
정말 밉다. 수술을 마치고 일주일간 서울에
머물면서  치료받고
무사히 제주에 내려가신 어머니께서는 아버지의 이 한
말씀에
그동안의 서러움과 고생이 눈 녹듯 다 사라졌다 하신다.

틈만 나면 붓을 잡고 앉아 계시는 과묵한 아버지로부터 결혼 후 처음 들어본
배지근한 말씀인즉,
저 사람 어시난 이젠 밥도 혼자 못 먹크라라. 뭔가 자꾸 허전한 것이 영 ”
(당신이 없으니 이제는 혼자 밥을 못 먹겠습디다 영 허전해서“)

그 후로 아버지께선 일흔 넘어 처음으로 매일 저녁 어머니의 두 다리를
꾹꾹 주물러 주신다고 한다. 
제주에 전화를 걸었다.


나-“어머니 밸 일 어수과?”

( 어머니 별일 없습니까?)

어머니 - '응, 어따만 어떵 살아점시니?'

( 별일 없다만 어떻게 사느냐? 잘 지내고 있느냐는 뜻.)

어머니 -'요새는 하우스 낑깡 따래 댕겸쪄'

(요즘은 하우스의 금귤 따러 다니고 있다.)

나-'다리도 성치 않은디 이제랑 그만 허주 마씀'

(다리도 안 좋으신데 이젠 일 그만 다니시지요)

어머니 -'놀민 미시거 허느니게'

(놀며는 뭐하느냐)

어머니 -'동넷사름들 다 댕기난 걱정허지 말앙 느나 맹심해영 댕기라.'

동네 사람들도 다 다니니 걱정하지 말고 니나 명심하고 다니거라)

나-'아라수다만 아프곡 지치민 매칠 쉽써양'

(알겠습니다만 아프고 피곤하면 며칠 꼭 쉬셔야 합니다.)


어머니는 오늘도 마흔 중반의 딸에게 차조심 사람조심 하라고 이르신다.

이젠 그만하셔도 되겠구먼. 춥지 않냐 밥은 잘 먹냐 등 끊임없이 걱정을
만들면서 해댄다.

예전 같으면 그런 걱정 이젠 그만 하시라고 한마디쯤 목소리 높일 법도 한데

오늘은 아무 말도 못하고 “예 알아수다” 하면서 곱게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희생”이란 갑옷으로 똘똘 무장한 부모님!

때로는 듣기 싫은 어머니의 잔소리성 부탁들!

난 언제쯤 진심으로 헤아릴 날 올까.

병원 치료 다녀오면서 분식집에 들러 잡수셨던 떡볶이가 너무 신기해

“나 이런 거 처음 먹어보맨” 하셨던 어머니!
죄송합니다. 그 흔한 떡볶이도 한번  제손으로 못만들어 드렸습니다.
이번 4월 어머니 생신 때 내려가면 맛있는 떡볶이 꼭 만들어  드릴게요.
그리고 어머니 모시고 서울 오가며 수고한 동생아 고마워^^*

Posted by 비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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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31 12: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como 2008.03.31 12: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월의 끝날을 비바리님께서 촉촉히 장식하시네요.

    세상 그 무엇이 어머니 사랑을 따라올 수 있을까요?

    장하신 어머니...

    다음엔 맛있는 떡볶이 꼭~해 드리세요.

    daum가족에게만 해 주시지 말구요...

  3. dall-lee 2008.03.31 13: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왜 다들 자식 걱정부터 하시는지...

  4. 2008.03.31 13: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이그림 2008.03.31 18: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리님 기운내삼~
    부모님은 늘 자식을 위해 희생만 하시는거 같어.
    에공 우지말고~~

  6. 시커먼풍선 2008.03.31 19: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 어머님 생신때 ..
    떡볶이도 해드리고...
    또, 순대도 사드리세요...ㅎㅎ
    어머님 손 꼭 잡으시고
    제주도 구석구석 못 가보신 곳도 다녀 보시구요...^^

    • 비바리 2008.03.31 21: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럴게요
      그렇지만 지금은 많이 못걸으신답니다
      아직 해외여행도 한번 못보내드렸는데..

      중간에 가셨으면 딱 좋았는데
      언니께서 돌아가시는 바람에 그만..
      그 후 몇년 바깥나들이 안하셨거든요.

  7. pennpenn 2008.03.31 21: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고~~
    지금부터라도 효도할 기회는 무지 많습니다.
    어머님께서 참 장하시네요!

  8. 문화로 2008.04.01 06: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걱정 말라 하시는 어머니 생각에...
    새벽부터 마음이 아려옵니다..
    건강..건강하시길

    • 비바리 2008.04.01 18: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마도 그런 부탁들은 접으실 수 없나봅니다.
      예전 같으면 그만좀 하시라고 버럭 했을지도 모르는데
      이젠 네네...하다가 전화를 끊습니다.

      그러기엔 어머니나 아버지께서 너무 많은 세월이
      흘렀더군요..

  9. 줌(Zoom) 2008.04.02 20: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고~ 글이 너무 쨘~하자나요. 저도 저희어머니 보면 가끔 생각했던만큼 잘해드리지 못해서 눈물나는데... 잔잔한 감동의글 잘 보고 갑니다. ^^

    • 비바리 2008.04.05 00: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앞으로 좀 더 잘해 드렸으면 합니다.
      잘한다 생각들지만 돌아서서 가만
      생각해 보면 다 내 기준에서 했던 행동들인지라
      부모 입장에서는 또 섭섭했던 부분들도 있을것이라 생각해요.
      멀리 떨어져 사니 저야 늘 안타깝지요.
      줌님 건강하세요
      건강 지키는 것도 가장 큰 효도라고 하더군요.